논산 육군훈련소 기초군사훈련 후기
28연대 3교육대 11중대 1소대 2분대 | 보충역 과정 2024년 12월 19일 ~ 2025년 1월 9일 (22일)
입영 전
전문연구요원으로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입영 전에도 계속 근무해야 했기에 하루 전인 12월 18일 연차를 내고 본가에 내려와서 훈련소 입영 준비를 했습니다. 머리를 12mm로 자르고 훈련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물건을 챙겼습니다.
머리를 30mm 정도로 잘라도 너무 길지만 않다면 크게 터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챙겨간 물품 목록
1) 화장품류
- 올인원 샴푸, 바디워시 등 (필수) — 안 가져간다면 중간에 PX를 갈 수 있지만 그때까지 비누로만 씻어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 선크림 (추천) — 겨울 훈련이라 많이 바르지는 않았지만 야외 훈련이 많아서 챙겨가면 좋습니다.
- 스킨, 로션 (선택) — 바르시는 분들은 챙겨가도 좋습니다.
2) 기타
- 책 (추천) — 중간중간 비는 시간이 조금 있습니다. 이때 읽으면 좋습니다.
- 귀마개, 안대 (추천) — 생활관에 코 고는 사람이 거의 한 명씩은 꼭 있고, 수면등이 켜져 있어 예민하신 분은 꼭 챙겨가세요.
- 시계 (필수) — 불침번을 설 때 등 없으면 불편합니다.
- 노트, 필기구 (선택) — 노트는 제공하지 않고 필기구는 지급(빌려주는 형식)은 하지만, 일기 등을 쓰실 분은 챙겨가면 좋습니다.
- 카드 (추천) — PX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물티슈 (추천) — 청소 등에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3주 기간 동안 넉넉히 챙겨가세요.
- 캐리어 또는 큰 가방 (필수) — 최대한 큰 걸로 가져가세요. 가져온 짐을 그대로 가져가야 하고 입영·수료 때 들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캐리어를 추천합니다.
3) 가져가지 않았지만 추천하는 것들
- 속옷류 — 보급이 되지만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추가로 가져가면 좋습니다. 단, 양말은 보급품만 사용 가능합니다.
- 커피 스틱 — 딱히 제한이 없습니다. 커피 좋아하시는 분은 가져가서 마셔도 좋습니다.
- 텀블러 — 수통이 있지만, 민감하신 분들은 챙겨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제한되지 않는 품목은 무조건 가져가길 추천드립니다.
입영날 (1일차)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곳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아침부터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논산 훈련소 입영심사대 근처에 12시 조금 넘어서 도착하니 군인들이 많이 나와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근처 중앙탑 막국수에서 막국수를 먹고, 커피집에서 부모님과 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 시계를 사오지 않아 근처 가게에서 만 원짜리 시계를 구매했습니다. (바가지가 많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미리 사오는 걸 추천드립니다.)
입영 시간보다 30분 빠르게 들어가 대기하다가 연병장에 나가 입영 행사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경례도 하고 줄도 맞추고, 사실 정신이 별로 없었습니다. 짧은 입영식을 마치고 부모님·친지가 모두 떠나시면 다시 관중석으로 가서 간단한 조사(나이, 코로나 등)를 합니다. 이때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같은 분대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1시간 조금 넘게 있다가 드디어 3주간 생활할 28연대 생활관으로 향했습니다. 거리가 꽤 멀어 캐리어를 챙겨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생활관 앞에 도착하면 우선 기본 보급품을 지급받습니다.
- 생활복 2벌 (이후 반납)
- 활동화 (운동화이나 별로 좋진 않습니다)
- 각종 생활용품 등
분대별로 모여 조교의 설명을 듣고 처음으로 생활관에 들어가면 각종 할 일이 많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 급식소로 향하는데, 처음으로 발을 맞추는 이동 제식을 시작합니다(하나 둘 셋 넷…). 처음 먹은 저녁은 그날의 기분을 반영해서인지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이후 생활관으로 돌아와 청소 등을 진행한 후 훈련소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습니다.
2일차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3주간의 생활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듣고, 보급품 사이즈 조사 등을 하고 훈련 관련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3일차 (토요일)
첫 주 토요일이었지만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은 제식 훈련으로 맨몸 제식 및 총기 제식을 진행했습니다. 훈련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야외 훈련 도중 눈이 내려 조금 추웠습니다.
4일차 (일요일 — 첫 번째 휴일)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일이었습니다. 종교 활동으로 불교를 신청했기에 훈련소의 절인 호국연무사에 다녀왔습니다. 거리가 꽤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강당 형식의 절이 생각보다 규모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틀어주셔서 2~3개의 영상을 보고,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법문을 들은 이후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불교는 매주 여성 댄스팀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걸 재밌게 보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휴대폰을 받고 엄마, 동생, 여자친구와 1시간 동안 전화를 했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PX도 다녀왔습니다.
5~6일차
배식조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설거지, 배식, 식당 내 질서 유지 등). 예방접종과 각종 교육도 들었습니다. 분대원 중 같은 나이인 친구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퇴영을 했습니다. 피해를 끼치기 싫었는지 모두가 같이 하는 일은 열심히 하던 친구였기에 짧은 인연이지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7일차 (크리스마스)
기독교·천주교 등 종교행사를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휴대폰을 역시 1시간 사용했습니다.
8일차 — 첫 영외 훈련
- 아침: 체력 측정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 오전: 사격 연습장 이동 → 총기 분해, 엎드려 쏴, 방아쇠 당기는 연습 (실탄 X)
- 점심: 야외 배식조 진행 (실내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 오후: 1.5km 달리기 → 70명 중 7등 🏃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는 겨우 과락만 피했다는 건 안 비밀…)
- 배식조 마지막 날
9일차 — 첫 실탄 사격
드디어 총을 쏘는 날! 훈련장이 생각보다 멀었습니다. 방아쇠 당기는 연습을 하다가 본인 순서에 영점 사격을 했는데, 소리가 생각보다 컸고 더 어려웠습니다. 남들 한 번에 합격하는 영점 사격을 3번이나 쏘고, 심지어 첫 번째 재사격에서는 옆 표적을 쏜 건 안 비밀…
10일차 (토요일) — 불교 수계식
큰 스님이 오셔서 법회를 진행하고, 이후 댄스팀을 보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사용했습니다.
11일차 (일요일)
불교에 댄스팀이 온다고 분대원들에게 얘기해뒀더니 거의 대다수가 불교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수계식 때 이미 댄스팀이 왔기에 이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날 휴대폰을 사용하는 도중 갑자기 비행기 사고 관련 얘기가 나와서(빨리 안부를 확인하라고 난리통이었습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12일차
사격에서 불합격한 친구들은 재사격을 위해 사격장으로 향했고(3번이나 쏜 저는 기사회생한 기분이었습니다), 저희는 생활관 청소 및 총기 손질 등을 했습니다.
13일차 — 화생방 실습
훈련장이 정말 많이 멀었고, 공격 군장에 야전삽까지 넣으니 더욱 무거웠습니다.
- 오전: 방독면 쓰는 방법 훈련
- 훈련 도중 방독면 쓴 채로 코피가 나서 방독면이 피로 젖어 본의 아니게 좀비가 되기도 했습니다.
- 방독면을 조이는 끈 하나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파국을 불러옵니다)
- 점심 후: 핵공격 방어 훈련 (을 가장한 분대장들의 플랭크 훈련)
- 오후: 가스 훈련
가스실 훈련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떨어진 끈 하나로 인해 정말 다 마신 기분이었고, 옆의 분대원은 소대장님께 살려달라고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14일차 — 1월 1일 (휴일)
이날은 원불교를 다녀왔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설교가 진행되었고(아버지가 국가유공자이신데 현역으로 입대한 친구가 있어 신기하고 멋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치킨, 소시지빵, 사이다를 받았습니다. 직전에 정전이 일어나 아미키친의 치킨을 못 받을 뻔 했지만 다행히 받았습니다. 카레 베이스의 치킨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후 TV로 영화 <헌트>를 분대원들끼리 함께 봤습니다. 수류탄 잡는 법도 간단히 배웠습니다.
15일차 — 연습용 수류탄 투척
아침 점호부터 수료식 연습을 같이 진행했습니다. 우리 분대가 교보재 분대여서 일찍 가서 수류탄을 박스에서 꺼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연습용 수류탄이지만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 처음 2번이나 펜스를 못 넘기기도 했고
- 분대장님이 그렇게 안전고리를 꼭 잡고 던지지 말라 했는데 던지는 실수도 했습니다…
군인은 아무래도 제 길이 아닌가봅니다.
이후 구급법 훈련과 2차 체력 측정을 진행했습니다. 달리기는 3km로 늘어났고 70명 중 6등 🏃 이후 교보재 분대로서 무릎·팔꿈치 보호대를 찾아 뺑뺑이를 돌았습니다.
16일차 — 각개훈련 1일차
- 오전: 전투 대형 등 훈련 (이모 분대장님이 Q&A 시간을 통해 휴식 시간을 많이 주셨습니다)
- 오후: 포복 연습
각개전투가 왜 힘든지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훈련 도중 모래가 계속 입에 들어가고, 훈련이 끝나니 온몸에 멍이 들었습니다. 보호대는 꼭 좋은 걸로 챙겨가세요!
이쯤 3분대에서 있던 소동으로 인해 36번 훈련병이 저희 분대로 이사를 왔습니다.
17일차 (토요일)
크게 한 일은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날도 휴대폰을 사용했습니다. 사회와 단절된 기분이 점차 사라지기도 했지만, 엄마랑 여자친구랑 전화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
18일차 — 마지막 종교행사 + 야간 기독교
이날 불교 법회를 마치고 댄스팀을 봤습니다. 불교 법회는 항상 초코파이와 나랑드 사이다를 주셨습니다. 오후에는 PX를 다녀왔는데 이것저것 사다 보니 한가득이었지만 정말 쌌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에는 처음으로 야간 기독교를 다녀왔습니다(천주교 빼고 다 다녀온 셈입니다). 연대 간 구호 대결도 재밌었고, 용인의 한 교회에서 와서 해주신 뮤지컬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이후 성심당 튀김소보로도 받았습니다.
19일차 — 각개훈련 2일차
처음으로 완전 군장을 메고 훈련장으로 향했는데, 처음 메보는 완전 군장이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 오전: 경계 훈련 ("정지!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 점심 후: 종합각개전투 진행
- 상황에 맞는 대형 및 행동 → 약진 앞으로를 외치며 철조망 등 장애물을 포복으로 돌파
- 말 그대로 진흙밭에서 굴렀습니다
훈련 중 주차장에서 BOW 차량 한 대가 아주 크게 육군가를 틀면서 지나가자 분대장님이 웃으면서 외치셨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에피소드입니다.
이날부터 수료식 대비 생활관 청소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곧 끝이구나 싶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집에 가고 싶었는데, 분대원들과 많이 친해지다 보니 아쉬움이 조금씩 올라왔습니다.
20일차 — 완전 군장 행군
마지막 훈련인 완전 군장 행군! 4km 정도의 A, B 코스를 번갈아가며 오전 3번 오후 2번(A→B→B→A→B 순) 돌았습니다.
처음에는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씩 끝날 때마다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더해 갔습니다. B 코스는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여서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A 코스는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서 더 힘들었습니다. 4번째 돌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모 분대장님이 항상 옆에서 도와주시고, 앞에서 35번 훈련병과 다른 훈련병이 계속 노래를 부르고 떠드는 걸 들으며, 가장 어린 17번 훈련병을 보며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행군 후 육군 용사 인증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끝이구나 싶었습니다. 총기도 이때 반납했습니다.
행군 도중 무리하기도 하고 찬바람을 많이 마신 탓에 몸이 좀 좋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올라가는 체온계…).
21일차
오전부터 반납 및 정리가 이어졌습니다. 관물대에 있던 물건들을 처음 상태로 돌려놓고 없는 물건을 채웠습니다. 교총 반납을 위해 잠시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2소대장님의 나이를 듣게 되었는데 정말 젊다는 사실에 충격이었습니다.
오후에 수료식 훈련이 진행되었는데 전날 아팠던 것으로 잠시 훈련을 빠지고 의무대에 1시간 30분 정도 다녀왔습니다. 이후 수료식 연습에 참여했는데 너무 갑자기 들어와서 당황했지만 문제없이 금방 마무리되었습니다.
모두 마무리한 이후 잠자리에 드는데, 이모 분대장님이 들어오셔서 2시간 가량 이런저런 대화를 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지레짐작하고 있었지만 분대장님들의 나이였습니다. 저보다 적게는 3살에서 많게는 5살까지 어렸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었지만, 3주간 최선을 다해 지도해주신 분대장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22일차 — 수료식 (마지막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여러 청소를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날의 기분은 솔직히 좋기도 했지만 아쉬웠습니다. 이제야 많이 친해진 분대원들과의 시간이 마지막이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료식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분대원들과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본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논산에서 먹은 갈비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
마치며
처음으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처음 겪는 낯선 환경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힘든 훈련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분대원들, 가족, 여자친구, 직장 동료 덕분에 재밌게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